
남편 회사의 사내 어린이집 추첨에 당첨되었다.
사내 어린이집은 추첨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고,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동네에 대기 걸어두었던 어린이집들은
모두 포기하고 직장어린이집을 선택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국내 어린이집 평가에서도 상위권으로 알려진 곳이었고,
주변에서도 “시설이 정말 좋다”, “보내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직장어린이집을 선택했던 이유
나는 맞벌이였고,
친정이나 시댁 모두 근처에 살고 있지 않았다.
아이 둘을 오롯이 남편과 둘이서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직장어린이집은
‘회사에서 맞벌이 부모를 배려해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우리 가족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직장 어린이집 퇴소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졌다.
게다가 저녁 식사까지 제공되었기 때문에
퇴근 후 아이들 밥을 또 챙겨야 한다는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유일하게 고민됐던 건 거리였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매일 차량 이동이 필요했고,
평균 30~40분, 막히는 날엔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당시에는
“조금 힘들어도 감당할 수 있겠다”
“다른 조건들이 너무 좋다”
고 생각했다.
입소 전부터 느껴졌던 ‘다름’
입소 전 과정도 일반 어린이집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에 대해 자세히 묻는 질문지와
부모가 직접 써야 하는 에세이가 있었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적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번거로웠다.
그래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
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오리엔테이션 날의 첫인상
오리엔테이션 날은 정말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시설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동네 민간 어린이집이
아늑한 펜션이라면,
이곳은 정말 오성급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 교실은 넓고
- 체육 활동 공간도 충분했고
- 장난감과 교구도 고가의 제품들이 많았다
“회사에서 정말 많이 지원해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연령대도 비교적 젊었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고,
많아도 30대 중반 정도였다.
아이들이 워낙 에너지가 많으니
젊은 선생님들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운영 방식에 대한 생각
이 어린이집은 야외 활동이 없었다.
산책도 없고, 외부 활동도 없었다.
처음에는
“아직 두돌 아이들이니까 안전이 더 중요하겠지”
“실내 공간이 넓으니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급식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 유기농 식재료 사용
- 조리사 인원도 충분
- 밥과 간식 모두 잘 나왔다
운영 규정은 꽤 엄격한 편이었다.
특히 아이들 간의 신체 접촉,
그중에서도 무는 행동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바로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 역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이해하려 했다.
두돌 쌍둥이의 적응 과정
우리 남매 쌍둥이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아들은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좋아하고,
딸은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이 큰 편이다.
처음 3일은 하루 30분씩만 등원했다.
아들은 들어가자마자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주변 아이들이 울고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딸은
내 품에서 떨어지지 못했고,
환경 자체를 무서워했다.
점심까지만 하던 2주
이후 약 2주 동안은
점심만 먹고 하원하는 일정이었다.
이미 어린이집을 다녀본 아이들은 종일반으로 남았고,
처음 어린이집을 시작한 아이들은
낮잠 전에 하원했다.
이 기간 동안
딸은 대부분의 활동을 힘들어했고,
아들은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낮잠 적응과 함께 시작된 가정보육 요청
복직 일정이 다가오면서
3주 차부터는 낮잠까지 진행해야 했다.
딸은 처음 며칠간 낮잠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들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조기 하원을 요청하셨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고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다.
딸이 잠을 못 자는 날마다
하원 요청이 있었고,
결국 약 2주 동안 사실상 가정보육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됐다.
나는 곧 복직을 앞두고 있었고,
아이들을 봐줄 다른 보호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조금 더 달라”
“며칠만 더 지켜봐 달라”
고 요청했지만,
어린이집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의 행동이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다
종일반 생활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아들에 대한 연락이 잦아졌다.
- 뛰어다닌다
- 하늘을 보고 걷는다
- 책상 위에 올라간다
집에서도 흔히 보던 행동이었고,
두돌 전후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이 행동들을 문제 행동으로 인식했다.
점점
아들을 통제하는 분위기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무는 행동이 나타났다.
그때까지도 나는
“우리 아이 문제일 수 있다”
“내가 더 잘 지도해야 한다”
고만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가정보육 통보
무는 행동이 반복되자
부모 호출이 잦아졌고,
상황 설명도 매우 상세하게 전달됐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 선생님께서 남편에게 직접 전화를 하셨고
“더 이상은 보육이 어렵다”
“다음 날부터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
는 통보를 받았다.
맞벌이 상황이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다른 민간 어린이집 상담에서 알게 된 것들
가정보육 기간 동안
근처 여러 민간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들은 말은 이랬다.
- 이 시기 아이들의 무는 행동은 드물지 않다
- 행동 하나만으로 장기간 가정보육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특히 에너지가 많은 아이일수록 야외 활동이 중요하다
이때 처음으로
“환경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원 이후의 변화
다행히
두 자리가 모두 가능한 민간 어린이집을 찾을 수 있었고,
직장 어린이집에 퇴소를 통보했다.
전원 이후
아들에게서 문제로 지적되던 행동은 빠르게 사라졌다.
“문제될 게 하나도 없는 아이”
“생활을 정말 잘한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딸 역시
전원 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 이전보다 적극적
- 또래와의 상호작용 증가
- 활동 참여도 향상
지금 돌아보며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점은 분명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비싼 시설이나 유명한 이름이 아니라,
- 아이의 기질을 이해해주는 선생님
- 아이를 기다려주는 환경
- 충분히 몸을 쓸 수 있는 시간
이라는 것.
어린이집 선택은
“가장 좋아 보이는 곳”이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곳”이어야 한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